좋은 시조

담쟁이 바람벽에 - 고정국

heystar 2016. 3. 13. 21:16



    담쟁이 바람벽에


                             고정국



애써 벽을 넘고 다시 벽에 갇히리라

하루 한 번 갇히고 하루 한 번 탈옥하는

저들은 절망 앞에서 사다리를 버린다


한 뼘 오르기 위해 두 뼘씩 낮추는 버릇

담쟁이 초록연대가 머물다간 바람벽엔

선천성 외유내강의 육필 획이 흐르고


앞에서 길을 열고 뒤에서 어둠을 쓸며

낙지보법 하나만으로 산전수전 건너온 그대

외고집 갑골문자엔 마침표가 없었네



- 『열린시학』2015, 봄호에서


1947년 제주 서귀포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등단

1997년 중앙시조대상, 2004년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수상

시집: <서울은 가짜다> <지만울단 장쿨래기> <고개숙인 날들의 기록> <조사에게 길을 묻다> 등.

현 월간 <시조갤러리> 발행인, 중앙작가회의 회원




'좋은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 - 이영도  (0) 2016.03.29
북 - 허일  (0) 2016.03.16
수술 이후 - 정일근  (0) 2016.03.11
현대인의 화법 - 이송희  (0) 2016.03.11
고백 - 박시교  (0)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