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바람벽에
고정국
애써 벽을 넘고 다시 벽에 갇히리라
하루 한 번 갇히고 하루 한 번 탈옥하는
저들은 절망 앞에서 사다리를 버린다
한 뼘 오르기 위해 두 뼘씩 낮추는 버릇
담쟁이 초록연대가 머물다간 바람벽엔
선천성 외유내강의 육필 획이 흐르고
앞에서 길을 열고 뒤에서 어둠을 쓸며
낙지보법 하나만으로 산전수전 건너온 그대
외고집 갑골문자엔 마침표가 없었네
- 『열린시학』2015, 봄호에서
1947년 제주 서귀포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등단
1997년 중앙시조대상, 2004년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수상
시집: <서울은 가짜다> <지만울단 장쿨래기> <고개숙인 날들의 기록> <조사에게 길을 묻다> 등.
현 월간 <시조갤러리> 발행인, 중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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