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비족 - 홍일표

heystar 2015. 6. 26. 17:33

                   나비족

 

                                 홍일표

 

 

 

해변에서 생몰연대를 알 수 없는 나비를 주웠다

 

지구밖 어느 행성에서 날아온 쓸쓸한 연애의 화석인지

나비는 날개를 접고 물결무늬로 숨쉬고 있엇다

수 세기를 거쳐 진화한 한 잎의 사랑이거나 결별인 것

 

공중을 날아다녀 본 기억을 잊은 듯

나비는 모래 위를 굴러다니고 바닷물에 온몸을 적시기도 한다

 

이렇게 무거운 나비도 있나요?

바람이 놓쳐버린 저음의 멜로디

이미 허공을 다 읽고 내려온 어느 외로운 영혼의 밀지인지도 모른다

 

공중을 버리고 내려오는 동안 한없이 무거워진 생각

티스푼 같은 나비의 두 날개를 펴본다 날개가 전부인 고독의 구조가 단단하다

찢어지지도 접히지도 않는

 

바다 속을 날아다니던 나비

 

 

                  - 『현대시학』, 2015, 6월호에서

 

 

1958년 출생

- 1988년 『심상』신인상.

-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 제 8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

-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 『매혹의 지도』,

-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 산문집; 『조선시대 인물 기행』등.

- 현재; 『현대시학』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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