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노독 - 이문재

heystar 2015. 5. 25. 09:44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출전_『마음의 오지』(문학동네)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등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자, 외 - 오은정  (0) 2015.06.23
강변북로 - 강인한  (0) 2015.06.18
몽해항로 1 - 樂工 ; 장석주  (0) 2015.05.04
저수지 - 송찬호  (0) 2015.04.17
무 - 김미옥  (0) 201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