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화실
박 해 성
벼루 위 고인 시름 붓끝에 슬쩍 찍어
화선지 빈 가슴에 나비인 양 풀어놓는다,
한 생애
멍에를 벗고
사붓이 날리는 눈꽃
적도의 하늘 끝에 유성 한 획 스쳐간다
마른가지 흔드는 외기러기 울음소리
여백에
우려낸 이승,
사르르 피가 돌고
그리는 게 아니야, 눈 감아야 이르는 나라
대(竹) 한줄기 세워두고 그냥 그리 비워 두면
새소리,
바람소리에
달빛까지 넘치는 걸!
<여강의 물결> 제7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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