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배트맨이라 부른다
박 해 성
그 사내 고층빌딩에 박쥐인 양 붙어있다
지구를 구하러 온 신의 사도는 아니지만
오늘도 말갛게 닦는다, 현기증 나는 세상을
도원에 가 이른다는 강물일랑 보너스다
여의도 우회도로며 경마장 지름길까지
잡힐 듯, 하마 잡힐 듯 발치께 훤하건만
유리창에 비친 하늘, 하늘보다 하늘같아
가끔씩 익명의 새가 머리부터 돌진하지,
아무나 통과할 수 없는 벽인 줄도 모르고
한 오리 마음조차 걸 데 없는 허공에서
지고지순 온몸 바쳐 햇살경전 새기는 이,
용서의 장을 쓰는지 낮달 멈칫, 숨죽인다
* <작가와 문학> 2010년 제2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