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를 위한 변주
-철새는 날아가고
김 경 식
잉카 사람들은 독수리를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자유란
이름으로 불렀다, 콘도르
영웅이 죽으면 영혼이
독수리로 살아온다고 믿었다, 콘도르
그 독수리를 콘도르라 불렀다
슬픈 제국 잉카의 마지막 왕은
정복자에게 목뼈가 부러져 죽었다
잉카사람들은 왕이 죽어
콘도르가 되었다고 믿었다
콘도르가 되어
다시 날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잉카제국은 멸망했다
대학시절 음악다방 DJ를 하며
프랑스 풀모리아 악단
철새는 날아가고 그 신청곡에 대해
나는 얼마나 낭만적인 해석을 달았던가
그건 철새가 아니었다
페루의 피가 묻어나는 노래에 대해
멸망한 한 나라에 대해
그들이 환생을 열망한 독수리에 대해
나는 몰랐다, 흥얼거렸다
가끔 애인에게 기타를 치며
콘도르를 구애의 노래로 불렀다
창밖엔 최루탄이 독수리처럼 날았다
나는 날기를 포기한 철새였을 뿐이다
10·18 부마항쟁이 일어났던 그 밤이었다
- 『열린시학』2013, 봄호 (신인상 당선작)
1957년 경북포항 출생
경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제 1회 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2013년『열린시학』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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