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무치에서 석양까지 달려 박해성 파미르고원 접경에 도착했다 흉노공주와 이리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위구르족의 자치구, 총을 멘 군인들과 붉은 완장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몽둥이가 늘어선 검색대를 벌벌 통과한다, 여권을 코앞에 대조하고 신발까지 벗기는 황당한, 무례한, 불쾌한, 다시는 오지말자, 주먹을 꽉 쥐었지만 천산산맥 자락 해발 2000m 호수 앞에서 불온한 결기는 무장해제 당한다 비단 같은 운해를 허리에 두른 설산 아래 늙은 가이드의 구전설화가 신의 치마폭처럼 수면에 일렁이는 사리무호, 해맑은 이마에 물방울이 맺힌 야생화가 함부로 눈물겨운데 당신은 내일 아침 떠난다, 떠나겠다 말한다 들은 듯 못 들은 듯 나는 마른 살구만 씹는다 낡은 파오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양고기를 굽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