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고사목 - 서일옥 지리산 고사목 서 일 옥 아직도 두 눈 부릅 뜬 내 아버지 서 있네 절망의 능선에서 꽃숨을 거두었던 지게는 어디에 두고 비목으로 서 있나 수척한 산동네가 쑥대밭이 되던 날 찢어진 살점마다 피눈물이 흘렀네 삼동 내 설원 속에서 동백보다 더 붉은 밤마다 섧게 우는 칼바람 재우려고 준.. 좋은 시조 2013.10.26
봄 사태 - 김강호 봄 사태 김 강 호 눈이 먼 독재자의 정수리를 향해서 다국적군 달려들어 초록 폭격 시작하자 깍지 낀 철권의 손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겨우내 어둠 속에 갇혀 살던 민초들이 꽃 폭탄 움켜 쥐고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를 되찾기 위해 터트리는 폭발음 나무들은 자유를 온 몸으로 끌어 올려 .. 좋은 시조 2013.09.22
장미와 첫눈 장미와 첫눈 박 해 성 한 여자 서성인다 서릿발 선 앞마당에 뭉클, 붉은 입술에 숱 많은 파마머리 울 엄니 젖은 빨래처럼 후르르 구겨진다 수런대는 감국일랑 아예 아랑곳 않고 분 냄새 제철인 듯 느꺼웠던 내 아홉 살 그녀의 신데렐라 구두에 작은 발을 담아보던 아버지는 묵묵부답 괜스레 헛기침만 .. 박해성의 시조 2011.02.21
목수의 꿈 - 김강호 목수의 꿈 김강호 마침내 무너져버린 어둠을 더듬어서 굳은살 박인 손으로 찾아낸 연장들 튼튼한 건축을 위해 날을 파랗게 세운다 썩은 채 나뒹구는 살이 찐 나무밑동 벼르고 선 톱날로 단숨에 잘라내면 끌이여 찍어내거라, 옹이 한점 남김없이 불쏙불쑥 솟아나는 저 숫한 비리들.. 좋은 시조 201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