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동침을 한다 - 고영민 너와 동침을 한다 고영민 시외버스를 탄다 운주사행 표를 들고 자리를 찾으니 한 여자 내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슬며시 다리를 비킨다 창문은 계속 풍경만을 버릴 뿐 말 한 마디 붙이지 않고 순간 여자가 불상처럼 잠들어 나도 그녀의 이불속에 입정한다 아! 너였구나 문득 내 어깨에 얹혀지는 머리 .. 좋은 시 2011.02.03
오늘의 결심 - 김경미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나 열어두겠다 밤 하늘에 노랗게 불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 좋은 시 2011.02.03
성대결절 - 마경덕 성대결절 마경덕 소리가 몸을 치고 빠져나갔다. 나직한 말이 고함으로 바뀌고 몸집을 키운 소리가 바깥으로 뛰어 나오며 좁은 통로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 파장으로 성대에 금이 갔던 것. 한때 그의 마음이 나를 다녀간 적 있다. 언젠가 허공으로 흘러가버린 소리들, 그 떨림이 고물 녹음.. 좋은 시 201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