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나 열어두겠다
밤 하늘에 노랗게 불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나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고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 출전 ; <현대시> 2010년 7월호
- 1959년 경기 부천 출생
- 1981년 한양대학교 대학문예 시 부문 당선
- 1982년 한양대학교 사학과 졸업
-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비망록> 당선
- 2005년 제5회 노작문학상 수상
- 시집;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
<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쉬잇, 나의 세컨드는>
- 1984 ~ 라디오 방송작가
- 현재 KBS 1FM 이규원의 가정음악 작가
- <시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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