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통조림 - 이재무

heystar 2011. 2. 3. 01:52

 

   통조림

 

                이재무

 

 

깡통의 내용물은 사체,

사체는, 해체를 목표로

기관들 틈새 벌리며 일정한 속도로

운동중인 몸의 윤활유

냉장고에는 싱싱한, 딱딱한, 물컹한,

시든 시체가 칸칸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욕망과 잉여를 둘러싼 각축이

때로 세상의 모든 이론을 회색으로 만든다

통 속 뿌연 국물에 싸여

등둥 떠 있는 송장 덩어리들 꺼내

냄비에 넣고 가스 불 올린다

소리 없이 증식하던 균들

부글부글 끓다가 죽는다

시간에 쫓기며 허겁지겁 사체를 먹고

우리는 죽음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있다

 

                       출처 - <문학사상>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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