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의 아내 - 문정희

heystar 2011. 2. 5. 00:28

 

나의 아내

 

詩/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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