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詩/윤진화
누군가의 말처럼 실패한 혁명의 맛에 동의한다
타오르는 청춘의 맛도 껴다오
우리의 체온을 넘을 때까지
우리는 혁명을 혁명으로 첨잔하며
동트는 골목길을 후비며
절망과 청춘을 토해내지 않았던가
거세된 욕망을 찾던 저, 개봐라
우리는 욕망에 욕망을 나누며
뜨거운 입김으로 서로를 핥지 않았던가
삶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더라도
집으로 가는 길은 명징하게 찾을 수 있다
혁명과 소주는
고통스러운 희열을 주는,
잔인하게 천진한 동화와 같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욕(汚辱)을
죄 없는 망명자처럼 물고 떠돈다
누군가의 말처럼 다시는 도전하지 말 것에 동의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망각할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소주의 불문율이란
투명하고 서사적인 체험기이므로
뒤란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사랑처럼
1974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 국립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졸업. 명지대학 일반대학원 문창과 수료.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母女의 저녁식사〉가 당선되어 등단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드라큘라 - 하재연 (0) | 2011.02.05 |
---|---|
따듯한 무덤 - 안차애 (0) | 2011.02.05 |
나의 아내 - 문정희 (0) | 2011.02.05 |
서울의 예수 - 정호승 (0) | 2011.02.03 |
너와 동침을 한다 - 고영민 (0) | 2011.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