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 헌화가
박 해 성
수로부인 치맛자락 물어뜯던 바다용인 듯
이두박근 울근불근 땅 헤집는 저 굴착기
산 사람 집터 닦는다, 아버지 잠든 발치께
죽어서도 그늘이라 떼가 죽는 단칸 초막
그 꿈자리 사나울까 안절부절 서성이면
아가야 걱정 말거라, 철쭉꽃 불쑥 내미는
굴피나무 껍질 같이 갈라 터진 손바닥이
생시처럼 암소 몰고 도솔천을 지나시다
외동 딸 불면의 창에 샛별 닦아 걸어 놓고,
일찍이 당신께서 하현달을 엎지른 날
약지 하나 선뜻 깨물지 못한 이 불초를
노엽다, 아니하시면 눈물꽃을 바치오리다
* 2011년 <오늘의시조> 제 5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