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집에 가는 길 1

heystar 2011. 2. 18. 10:36

 

    집에 가는 길 1

 

                                               박 해 성

 

 

방금 놓친 막차는 꼬리만 가물거린다

텅 빈 플랫폼에 울컥, 비릿한 정적

홀로이 남겨진 술래

먹먹하다, 방전된 듯

 

한판 굿 끝난 자리 버려진 신문 조각

뉘에게 밟혔는지 뼈만 남은 문자들이

외등 빛 눈 먼 불나방 날갯짓에 흐너지고

 

자정을 질러간다, 맹수 같은 총알택시

까짓 붉은 신호등쯤 못 본 체 내달리는

허기 진 생의 질주에 공범인 양 눈 감으면

 

장례식장 국밥 한 술 끝내 삭지 않았는지

환삼덩굴 친친 감긴 전봇대를 쓸어 안고

내 집은 어디쯤인가,

짐짓 길을 잃고 싶다

 

                        * <작가와 문학> 2010년 제 2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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