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1
박 해 성
방금 놓친 막차는 꼬리만 가물거린다
텅 빈 플랫폼에 울컥, 비릿한 정적
홀로이 남겨진 술래
먹먹하다, 방전된 듯
한판 굿 끝난 자리 버려진 신문 조각
뉘에게 밟혔는지 뼈만 남은 문자들이
외등 빛 눈 먼 불나방 날갯짓에 흐너지고
자정을 질러간다, 맹수 같은 총알택시
까짓 붉은 신호등쯤 못 본 체 내달리는
허기 진 생의 질주에 공범인 양 눈 감으면
장례식장 국밥 한 술 끝내 삭지 않았는지
환삼덩굴 친친 감긴 전봇대를 쓸어 안고
내 집은 어디쯤인가,
짐짓 길을 잃고 싶다
* <작가와 문학> 2010년 제 2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