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화장을 하며

heystar 2011. 2. 14. 22:52

 

      화장을 하며

 

                        박 해 성

 

 

하루치 공연 위해 거울 앞에 다시 서서

어설피 분장을 한다, 풋내기 광대처럼

빈 가슴 들키지 않게, 세월도 보이지 않게

 

                     알몸으로 곤두박인 연습 없는 이생 무대

질펀한 배경음악에 묻혀버릴 단역인데

외줄 위 어질머리는 갈수록 울렁거리고

 

가끔은 문득 암전, 세상 온통 캄캄해도

고치 속 애벌레같이 담담히 응시하리라

두려움 내려놓으면 어둠마저 요람인 걸

 

그 흔한 꽃다발이나 한번 안아 보려나,

농익은 빨간 거짓말 정성스레 덧칠하고

자꾸만 외우는 방백, 오늘도 막은 오른다

 

         *  2006년 <여강의 물결>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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