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하며
박 해 성
하루치 공연 위해 거울 앞에 다시 서서
어설피 분장을 한다, 풋내기 광대처럼
빈 가슴 들키지 않게, 세월도 보이지 않게
알몸으로 곤두박인 연습 없는 이생 무대
질펀한 배경음악에 묻혀버릴 단역인데
외줄 위 어질머리는 갈수록 울렁거리고
가끔은 문득 암전, 세상 온통 캄캄해도
고치 속 애벌레같이 담담히 응시하리라
두려움 내려놓으면 어둠마저 요람인 걸
그 흔한 꽃다발이나 한번 안아 보려나,
농익은 빨간 거짓말 정성스레 덧칠하고
자꾸만 외우는 방백, 오늘도 막은 오른다
* 2006년 <여강의 물결>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