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꽃살문 독후감

heystar 2011. 2. 11. 10:55

   

    꽃살문 독후감

 

                          박 해 성

 

 

잎 지는 환절기엔 바람도 서문序文이 길다

은유가 먼저 밟히는 늙은 절집 뜰에 들자

희귀본 겉표지인 듯 고이 닫힌 꽃살 창호

 

소목장이 손끝에서 꽃떨기로 환생하신

춘양목 온기 돌아 염화미소 그윽하다,

오방색 수사修辭쯤이야 잊고 산지 하마 오래

 

묵언에 든 불립문자 생략된 서술어는

적막의 잇자국인지 느낌표만 얼얼해도

만연체 지순한 문장, 읽을수록 심연이다

 

이 지상 풀벌레소리 달빛에 젖든 말든

귀 닳은 장경藏經바다 밑줄 친 행간에 핀

화엄의 꽃밭이라니, 청빈의 그 향기라니!

 

                     - 격월간 <유심> 2010년 11/12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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