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소화기 - 박성민

heystar 2013. 12. 12. 17:14

         소화기 火器

 

                                  박 성 민

 

 

   나는 항상 구석진 곳 꼽추처럼 웅크렸다

   한 번도 안전핀이 뽑힌 적 없는 나는

   몸 밖에 나를 밀어내 쏟아지지 못했다

 

   내 몸 속에 소리의 사원, 지중해의 종소리가 있다. 종치기 콰지모도여

소리를 꺼내다오. 노틀담 사원 꼭대기에 매달려 울고 싶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네 입술이 불탄다면 가루가루 꽃향기로 쏟아져 사랑을 덮쳐

버릴 텐데. 내 오랜 망설임을 당겨다오. 그대 귓가로 새떼 나는 새벽 다섯

시, 미명의 어둠에서 나는 죽어도 좋을 텐데

 

   너에게 사랑한다 말하려다 그만 두었다

   이제 나는 내 몸속 소리들을 닫았다

   내 몸이 나를 가둬온 감옥임을 알았다 

                 

                              - 2013, 현대사설시조포럼 엔솔로지 『녹술지 않는 화두』에서

 

전남 목포 출생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2013년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시집 『쌍봉낙타의 꿈』

<21세기시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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