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消火器
박 성 민
나는 항상 구석진 곳 꼽추처럼 웅크렸다
한 번도 안전핀이 뽑힌 적 없는 나는
몸 밖에 나를 밀어내 쏟아지지 못했다
내 몸 속에 소리의 사원, 지중해의 종소리가 있다. 종치기 콰지모도여
소리를 꺼내다오. 노틀담 사원 꼭대기에 매달려 울고 싶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네 입술이 불탄다면 가루가루 꽃향기로 쏟아져 사랑을 덮쳐
버릴 텐데. 내 오랜 망설임을 당겨다오. 그대 귓가로 새떼 나는 새벽 다섯
시, 미명의 어둠에서 나는 죽어도 좋을 텐데
너에게 사랑한다 말하려다 그만 두었다
이제 나는 내 몸속 소리들을 닫았다
내 몸이 나를 가둬온 감옥임을 알았다
- 2013, 현대사설시조포럼 엔솔로지 『녹술지 않는 화두』에서
전남 목포 출생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2013년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시집 『쌍봉낙타의 꿈』
<21세기시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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