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금붕어 - 이소담

heystar 2013. 9. 22. 18:04

          금붕어

 

                         이 소 담

 

 

대형 어항에 갇혀 유리벽만 바라본다

소음과 에테르 냄새,

요양병원 5층은 커다란 어항이다

그 속에서 나는 매일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는다

보호자들 몇 명 모여앉아 병에 대해

의사보다 더 많은 지식을 늘어놓는다

환자에게 독이 되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떤다

나는 그 소음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천정을 응시하는 연습을 한다

힘없는 지느러미를 흔들며 별나라로 날아간다

아무리 날아올라도 물길 흔들리는

소리와 캄캄한 어둠, 다섯 자식 모두 잘 살고 있지만

나는 지금 요양원 유리벽에 갇혀 있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망상으로 듣는다

- 내가 이 유리벽에 갇혀 있어 너희들이 행복하다면‥‥

나는 점점 더 환청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먹이시간 10분이 지나서

간호사가 가져온 식판을 던진

잠시 유리벽이 깨진다 훨훨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

순간, 왼팔에 링거가 꽂혀진다

나는 다시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는다

유리벽 밖은 여전히 환한 불빛

급히 달려온 눈빛들이 별처럼 아득하다

 

- 계간 『열린시학』2013, 가을호에서 

 

 

 

* 이소담 - 2013년 계간『시와 소금』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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