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냥개 - 장종권

heystar 2013. 9. 20. 14:43

                             사냥개

 

 

                                                             장 종 권

 

 

 

  애시당초 태생이 좋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혈통 관리에 주의를 해야 한

다는 것이다. 혈통이 없는 것은 특별히 더 잔인해진다는 것이다. 전사가 되기 위해

꼬리를 자른다는 것이다. 다른 존재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냥감을 보면

결사적으로 덤빈다는 것이다. 한번 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이를

챙겨주는 주인에게만 충성한다는 것이다. 굶주림이 가장 큰 공포라는 것이다. 주인

외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냥 이외에는 할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

다. 자기 생각이란 썩은 똥 속에 묻어 둔 지 오래라는 것이다. 팔팔해야 먹이라도 얻

어 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언젠가는 주인을 물기도 한다는 것이다.

쓸모가 없어지면 보신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꼬리를 아무리 잘라도

개일 뿐이라는 것이다.

 

                                                                              - 계간 『리토피아』2013, 가을호에서

- 전북 김제 출생.
- 성균관대학교, 성균관 대학원 국문학 석사.
- 1985년 <현대시학>에 김구용 시인의 추천 등단.
- 시집;『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  『가끔가끔 묻고 싶은 말』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등.
- 2000년 인천문학상, 2005년 성균문학상 수상.

- 현재 계간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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