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날아라, 돌고래

heystar 2012. 10. 25. 11:18

 

     날아라, 돌고래

 

                              박 해 성

 

 

그예 놓쳐버렸는가, 바다로 가는 길을

지하철역 한 모퉁이 고래가 졸고 있다

어쩌다 척추가 굳어 헤엄치는 법을 잊은

 

빙하기 이전에는 어느 판에 살았을까?

찬밥 같은 생을 덮은 사과 박스 옆구리엔

고딕체 붉은 외마디 ‘취급주의’ 선명하고

 

스치는 하이힐소리 꽃잎인양 흩날리면

퇴화한 지느러미 환상통이 도지는 듯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중력을 벗어나는 이,

 

뼈만 남은 생선처럼 비릿한 그믐달 이고

살얼음판 건너간다, 뭍에 오른 저 돌고래

머잖아 날아보려나, 숨결 좋이 가다듬는다

  

                           - 2012년 제 4회 <천강문학상 수상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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