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공원
박 해 성
환절기 난기류에 불시착한 황조롱이
외발로 쪼고 있다, 세속의 찌꺼기를
어쩌다 가는귀먹어 훠어이 쫓아도 그만
가뭄 든 우물처럼 먹먹한 두 눈동자
죄 굴헝 헤맸는지 발에 엉킨 끄나풀이며
뒤틀린 등나무 그늘, 젖은 꿈을 부려놓고
먼 낙화 긴 이명에 소리 죽여 우는 걸까
공복에 헛발질에 어지럼증 도지는지
제 가슴 깊숙이 묻는 잿빛 저 무딘 부리
뭇별을 과식한 듯 멀미하는 외등 아래
작은 새 품고 잠든 화장기 지운 목련
덜 아문 꽃자리에 핀 새순 한창 옹알이다
- <시조미학> 2012년 창간호 (하반기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