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산책하기 좋은 공원

heystar 2012. 8. 25. 22:57

   산책하기 좋은 공원

 

                                 박 해 성

 

 

환절기 난기류에 불시착한 황조롱이

외발로 쪼고 있다, 세속의 찌꺼기를

어쩌다 가는귀먹어 훠어이 쫓아도 그만

 

가뭄 든 우물처럼 먹먹한 두 눈동자

죄 굴헝 헤맸는지 발에 엉킨 끄나풀이며

뒤틀린 등나무 그늘, 젖은 꿈을 부려놓고

 

먼 낙화 긴 이명에 소리 죽여 우는 걸까

공복에 헛발질에 어지럼증 도지는지

제 가슴 깊숙이 묻는 잿빛 저 무딘 부리

 

뭇별을 과식한 듯 멀미하는 외등 아래

작은 새 품고 잠든 화장기 지운 목련

덜 아문 꽃자리에 핀 새순 한창 옹알이다

 

                               - <시조미학> 2012년 창간호 (하반기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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