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이 있는 집 - 이석구

   꽃병이 있는 집

 

                          이 석 구

 

 

 

정수사^* 법당 문은 꽃살무늬인데요

벌나비 드나들다 날아가는 문짝으로

날개가 스치기만 해도 뚝뚝 꽃물 떨어져요

세상에서 제일 고운 모란이며 연꽃을 꽂은

저런! 저런! 꽃가루가 쏟아지는 꽃병 아래

문풍지 조심하세요 발꿈치를 들고요

문지방 건너다 헛디뎌 넘어지면

거봐요, 스러질 듯 출렁출렁하는 꽃대

툇마루 문고리 잡고 찾아뵙는 부처님 댁이죠

*정수사 :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산88번지에 있는 사찰

 

                                        [출처] 시조전문지‘화중련’상반기호 2012년

1960년 충남 청양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및 同 교육대학원 졸업.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커다란 잎』(천년의시작, 2010).

현재  '21세기 시조'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