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을 사온 저녁
선 안 영
날 비린내 달라붙는 남광주 재래시장
멱살잡이 싸움판 한쪽에서 졸고 있던
벙어리 할머니가 파는
묵 한 모 사 왔다.
벗겨지고, 깨지고, 팔팔 끓여져 굳어진
정지된 시간인 듯 나란히 누운 침묵
그 적막 완성되기까지
꽉 눌려 생략된 말......
모서리 날선 각이 부드럽게 뭉개지고
이빨과 잇몸까지 받아들인 물렁함에
내 안의 사나운 아우성
묵 앞에서 침묵한다.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
2008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시집 <초록 몽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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