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에서 그리움을 읽다
추 창 호
듬성듬성 저승꽃 핀 늙은 교사校舍 들머리
한 시대 증언하듯 뼈대로 섰는 동상 웃자란 잡초 군단이 호위하고 있었다
골동품 닮은 교실 슬그머니 들여다보면
졸업생 김 아무개 모월 모시 다녀갔다는 꾸욱 꾹 눌러 쓴 어록 눈시울 붉게 젖어
운동장 굽어보며 정강이가 삭은 사택
카랑카랑한 말씀들을 금시라도 풀어낼 듯 바래진 단청빛 세월 가을볕에 널렸고
풍금소리 한 소절을 먼지 속 꺼내보면
낡고 잊혀져가는 그 작은 그리움들 숲길은 사방으로 뻗어 물밑처럼 깊었다
<울산시조> 2012년 연간집에서 -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아름다운 공구를 위하여』 - 시조월드문학상, 울산문학 '올해의작품상' 수상. -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울산문인협회장.《시조와비평》,《월간문학》신인상과,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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