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쪽
고 정 국
한 운명을 싣고 돌아온 또 하나 운명이 멎다
닻줄조차 반납해버린 무톤급 전마선 한 척
하반신 물속에 담근 채
돌을 베고 누워 있다.
폐선 밑바닥에 바다 한쪽이 들어와 산다
그 바다 한가운데 하늘 한쪽 내려와 살고
열 아홉 어부의 딸 같은
낮달 잠시 머물다 간다.
세상에 피를 바치고, 세상 밖으로 버려진 것들
노을녘 바닷길을 저벅저벅 걸어 나왔을
잡부의 신발 한쪽이
폐선처럼
마르고 있었다.
<문학사상> 2011, 12월호에서
제주 서귀포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등단
1997년 중앙시조대상, 2004년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수상
시집: <서울은 가짜다> <지만울단 장쿨래기> <고개숙인 날들의 기록> <조사에게 길을 묻다> 등.
현 월간 <시조갤러리> 발행인, 중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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