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이 송 희
건물과 건물 사이 사내가 끼어 있다
일주일째 야근으로 쌓여가는 담배꽁초 잔뜩 쌓인 불만을
몇 개비째 피우는 사내 며칠을 끙끙대다 사장에게 제출한
접어진 서류 속에 사내가 끼어 있다 꼭꼭 누른 성깔머리,
새치처럼 삐져나와 사람 좋은 웃음으로 공과 사를 덮어 두
고 짜디짠 월급봉투 기다리는 아내가 봇물 터지듯 내뱉는
잔소리를 떠올리며 고랑 같은 주름을 이마에 새기는 사내,
게시판을 메우는 승진 발령 소식들 자꾸만 미끄러져 깁스
한 시간들 과장과 부장 사이에 사내가 끼어 있다
노을과 뒷산 사이에 지는 해가 걸려 있다
- 이송희 시조집 <아포리아 숲>(책 만드는 집) 중에서
1976년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학과 박사학위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9년 제 3회 오늘의 시조시인상 , 2010년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기금수혜
시집; 『환절기의 판화』(고요아침, 2009)『아포리아 숲』(책만드는집, 2011)
평론집;『눈물로 읽는 사서함』
현재 전남대와 조선대 국문과 강사
21세기시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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