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허청미
이쁜 꽃무늬파자마 한 번 입어 봐요
봐요! 수천 개 달이 떠 있는 배밭, 배꽃들이 자지러지잖아요
그 위로 물고기가 휙휙 나르고 연인들이 칸다루*처럼 입을
맞추고 있잖아요, 환상적이죠? 이렇게 한 백년쯤 살아보고
싶다구요? 그래요, 천 년이면 어때요, 꽃무늬 잠옷을 입고
행복한 미라처럼 살아봐요
그렇게 가로 막지 말고 오른쪽으로 좀 비켜주실래요?
시곗줄에 눌린 맥박이 초침처럼 뛴다
-꽃무늬 파자마 한 벌에 5,000원-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 梨水역
꽃무늬파자마들이 자지러진다
* 칸다루; 아마존에 서식하는 흡혈 물고기
-출처; 허청미 시집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2008년, 리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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