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파란 돌 -한 강

heystar 2024. 10. 24. 12:37

   파란 돌

                 한 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을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출처;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013, 문학과지성사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0) 2024.11.14
몰(歿) - 박주하  (0) 2024.10.27
고통에 대한 명상 - 한 강  (1) 2024.10.23
당신 영혼의 소실 -황인찬  (1) 2024.10.19
국밥 - 김완준  (1)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