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의 나비
박해성
녹색으로 직진 신호 바뀌는 바로 그 때
하얀 나비 사뿐, 앞 유리에 착지한다
애당초 아랑곳없다, 이 세상 신호등 따위
뒤차들의 재촉이 송곳처럼 꽂힌다
어금니 앙다물고 가속 페달을 밟는다
후두둑 굵어진 빗방울, 시야를 흐리는데
나비가 사라졌다, 허공이 삼킨 것처럼
오래 전 서너 달쯤 내 몸에 살던 아이처럼
지워도 어른거리는 너, 자꾸만 날아오른다
그들이 날아 간 곳 살아서는 모른다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른다, 엄마엄마 마마 마아…
별일도 아니라는 듯 와이퍼가 춤을 춘다
- 출처; 『시조시학』 2022,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