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걸어오는 밤
허수경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 같다
꿀꺽 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내 속이 전구알이 달린
크리스마스 무렵의 전나무같이 환해지고
그 전나무 밑에는
암소 한 마리
나는 암소를 이끌고 해변으로 간다
그 해변에 전구를 단 전나무처럼 앉아
다시 달을 바라보면
오 오, 달은 내 속에 든 통증을 다 삼키고
저 혼자 붉어져 있는데,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다시 그 달을 꿀꺽 삼키면
암소는 달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간다
온 세상을 다 먹일 젖을 생산할 것처럼
통증이 오고 통증은 빛 같다 그 빛은 아스피린 가루 같다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출처; 허수경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저서 - 시집 외
-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실천문학, 1988)
-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
-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창작과비평사, 2001)
-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문학과지성사, 2005)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문학동네, 2011)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
-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문학동네, 2003)
-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현대문학, 2005)
-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 2018)
- 산문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난다, 2019)
- 산문집 《오늘의 착각》(난다, 2020)
- 산문집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난다, 2020)
-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
출처: 위키백과/ https://atanasiszoe.tistory.com/175 (책읽어주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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