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인식 2
-피카소의 납골당
윤금초
가로등 희미한 불빛
우수에 찬 홍색시대
기름 먹은 캔버스의
기호학 도상圖像 위엔
살육의 참혹한 무대
예비하고 있었다.
파피에 콜레기법의
가슴 섬뜩한 실제 상황,
작살 든 그 병사의
<안티브 밤낚시>처럼
우리네 젊은 휘겡이
춤을 추고 날뛰었다
타! 타타탕 ... 억장 무너진 그날 그 불의 거리.
너울너울 물결치듯 고꾸라진 생령들아. 치고 패고 할퀴어서, 직신작신 짓밟혀서, 청소차
상여 타고 이에 저에 끌려 다닌, 꽃젖가슴 도려내진 풀빛 소녀 헌화가로 큐비즘 화면 속에
피의 역사 기록했나. 터럭발은 터럭발대로, 두개골은 두개골대로, 한 뼘 땅 잠들 곳 없이
四大 각각 흩어진 채 생채기 진 혼백들 항간을 떠도는데
납골당 차디찬 하늘, 유골들이 일어선다.
격월간 <유심> 2003년 여름호조선일보 출판국 주간부 차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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