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상황과 인식 2 - 윤금초

heystar 2011. 5. 25. 01:01

상황과 인식 2

-피카소의 납골당

 

                    윤금초

 

 

가로등 희미한 불빛

우수에 찬 홍색시대

기름 먹은 캔버스의

기호학 도상圖像 위엔

살육의 참혹한 무대

예비하고 있었다.

 

파피에 콜레기법의

가슴 섬뜩한 실제 상황,

작살 든 그 병사의

<안티브 밤낚시>처럼

우리네 젊은 휘겡이

춤을 추고 날뛰었다

 

타! 타타탕 ... 억장 무너진 그날 그 불의 거리.

 

너울너울 물결치듯 고꾸라진 생령들아. 치고 패고 할퀴어서, 직신작신 짓밟혀서, 청소차

상여 타고 이에 저에 끌려 다닌, 꽃젖가슴 도려내진 풀빛 소녀 헌화가로 큐비즘 화면 속에

피의 역사 기록했나. 터럭발은 터럭발대로, 두개골은 두개골대로, 한 뼘 땅 잠들 곳 없이

四大 각각 흩어진 채 생채기 진 혼백들 항간을 떠도는데

 

납골당 차디찬 하늘, 유골들이 일어선다.

                                                                                                                            격월간 <유심> 2003년 여름호
1941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 학사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단
수상경력: 민족시가대상/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 정운시조문학상
저서: 시조창작 실기론 <현대시조쓰기><시조짓는 마을> 등
        시조집 <어초문답><해남 나들이><땅끝><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무슨말 꿍쳐두었니?>
        에세이집<갈봄여름없이> <가장 작은것으로부터의 사랑> <사랑의 텔레파시>
경기대학교 동양어문학부 문예창작학 겸임교수 역임 
          조선일보 출판국 주간부 차장 역임
현 민족시사관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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