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수면
이정환
강물 위로 새 한마리 유유히 떠오르자
그 아래쪽 허공이 돌연 팽팽해져서
물결이 참지 못하고 일제히 퍼덕거린다
물 속에 숨어 있던 수천의 새 떼들이
젖은 날갯죽지 툭툭 털며 솟구쳐서
한 순간 허공을 찢는다, 오오 저 파열음!
이정환 시집<분홍 물갈퀴>에서
헌사
이정환
1.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수천수만 줄기의 희디흰 나의 뼈대
저문 날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2.
꺾이고 꺾이어서 마디마다 다 꺾이어서
꺾이고 꺾이어서 마침내 사랑을 이룬
저문 날
모든 뼈대는
물소리를 내고있다
계간 <시조시학> 2011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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