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땅끝 - 윤금초

heystar 2011. 5. 20. 11:22

땅끝

 

윤금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 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동 타고

미역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라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 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 년에 한 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 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 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 윤금초 시집 <주몽의 하늘>

1941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 학사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단
수상경력: 민족시가대상/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 정운시조문학상
저서: 시조창작 실기론 <현대시조쓰기><시조짓는 마을> 등
        시조집 <어초문답><해남 나들이><땅끝><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무슨말 꿍쳐두었니?>
        에세이집<갈봄여름없이> <가장 작은것으로부터의 사랑> <사랑의 텔레파시>
경기대학교 동양어문학부 문예창작학 겸임교수 역임 
          조선일보 출판국 주간부 차장 역임
현 민족시사관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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