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윤금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 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동 타고
미역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라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 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 년에 한 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 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 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 윤금초 시집 <주몽의 하늘>
조선일보 출판국 주간부 차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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