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바람의 기사 - 임채성

heystar 2017. 6. 16. 13:48

  바람의 기사

   - 돈키호테가 둘시네아에게


                               임채성



치게 보고 싶소, 뼛속 시린 새벽이면

풍차거인 마주하던 대관령 등마루에서

하나 된 우리의 입술, 그 밤 잊지 못 하오


풋잠 깬 공주 눈엔 태백성이 반짝였소

서로의 몸 비비는 양 떼들 울음 뒤로

하늘도 산을 안은 듯 대기가 뜨거웠소


한데 이제 겨울이오, 인적 끊긴 산정에는

로시난테 갈기 같은 마른 풀만 듬성하오

나는 또 그 말에 올라 북녘으로 길을 잡소


백두대간 어디쯤에 그대 앉아 계실까

폭설이 지운 국도 철조망이 막아서도

숫눈길 달려가겠소, 한라에서 백두까지


『시조매거진』2015, 상반기호에서




경남 남해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등단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 

시집 『세랭게티를 꿈꾸며』.

오늘의시조시인상, 천강문학상시조부문우수상, 김만중문학상 시조부문은상 등 수상.

21세기시조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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