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 박해성
번진 마스카라를 지우며 화장실에서 나는 운다, 맘마미아!
- I've been cheated by you since I don't know when*
오늘도 객석은 만원, 쏟아지는 박수갈채가 조명보다 뜨거운데
당신 어깨에 기댄 그녀의 긴 머리칼은 꽃구름처럼 아름다워
- So I made up my mind, it must come to an end*
언제나 변함없이 네비게이션은 친절하다, “속도와 신호에 주의하십시오” 나는 늘 속도와 신호
를 준수했건만 세상에나, 거리엔 밤도깨비들이 번쩍이는 눈알을 뽑아 들고 도깨비 1이 앞지르고
도깨비 2가 확 덤비고 도깨비 3이 끼어들고 도깨비 4가 으르렁 도깨비 5가 번쩍번쩍 도깨비 6이
휘리릭 도깨비 7이 8, 9……가 어지러이 뒤엉켜 신파극처럼 끝도 없이 얽히고설키고 시끄러운 이
심사를 어쩌나, 이대로 무작정 내달릴까 하다가 비에 젖은 길을 따라 허기를 싣고 통속한 연애를
싣고 삼류 배우를 싣고 흐르고 흘러가다 잠수교를 건넌 다음 도솔천을 지나 그래, 이번엔 유턴 그
리고 전생의 1차선에서 2킬로 남짓 직진하다가 환절기쯤에서 좌회전하고 다시 800미터, 그렇게
우회전하면 어쩜 좋아 엊그제 그가 쓸쓸한 그림자를 심어둔 자리 “목적지 부근입니다” 흥, 당신은
나의 목적지가 아니거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뜨거운 금속성 심장을 왈칵 모질게 비틀어 끄고는 괜
스레 두리번두리번, 문득 사랑니가 욱신거리네 맘마미아, 내일은 꼭 치과에 가서 아예 뽑아버려야지
그런데 잠잠한 전화는 왜 자꾸 들여다볼까? 맘마미아, 맘마미아
* 연극 또는 영화 <맘마미아>의 OST 노랫말 부분 인용.
- 2016, 시동인지 『현상』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