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김진숙
누구의 뒷골목에서 목을 빼고 서 있나
고개 숙인 저녁이 터벅터벅 오르는 길
주머니 가볍던 날에 외등 가만 켜둔 채
백팔 계단 올라야 보이는 그의 가난
꼭대기 해진 창가 꼬물꼬물 시린 발로
초승이 먼저 내려와 불빛들을 깨운다
기다림은 언제나 뒷골목으로 온다
내가 한눈 판 사이에도 새벽을 기다리는
꼿꼿한 자존심 하나 느낌표로 서 있다
-출처; 2013년, 『제주시조』제21호에서
1967년 제주 성산 출생.
1990년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4년 제주시조백일장 당선.
2006년 《제주작가》신인상.
2008년 『시조21』신인상.
시집; 『미스김 라일락』
'좋은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색어리표범나비 1 - 홍성란 (0) | 2016.05.23 |
---|---|
만트라, 만트라 - 정일근 (0) | 2016.05.21 |
바람벌 - 이호우 (0) | 2016.05.04 |
진달래 - 이영도 (0) | 2016.03.29 |
북 - 허일 (0) | 2016.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