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전봇대 - 김진숙

heystar 2016. 5. 20. 00:45




         전봇대


                         김진숙




누구의 뒷골목에서 목을 빼고 서 있나

고개 숙인 저녁이 터벅터벅 오르는 길

주머니 가볍던 날에 외등 가만 켜둔 채


백팔 계단 올라야 보이는 그의 가난

꼭대기 해진 창가 꼬물꼬물 시린 발로

초승이 먼저 내려와 불빛들을 깨운다


기다림은 언제나 뒷골목으로 온다

내가 한눈 판 사이에도 새벽을 기다리는

꼿꼿한 자존심 하나 느낌표로 서 있다


-출처; 2013년, 『제주시조제21호에서



1967년 제주 성산 출생.

1990년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4년 제주시조백일장 당선.

2006년 《제주작가》신인상.

2008년 『시조21』신인상.

시집; 『미스김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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