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리뷰

랩 같은 재잘거림이 있는 화엄 - 박옥위

heystar 2016. 3. 9. 14:19

참 오랫만에 올리는 리뷰다. 요즈음은 詩魔에 들린듯 글을 쓰느라 몸도 마음도 고달프다. 내가 나를 모르겠다는 ^^;;;



      꽃구경



화엄사 홍매화가 절색이란 소문에 홀려

타고 걷고 팔백리길 꽃구경 갔는데요

황사에 눈이 찔리고

우박에 기습 당하고

세상에,

졸지풍파에 낙화만 분분한거라

사나흘 소풍 나온 꽃들인 줄 알면서도

괜스레 늙은 부처만 흘깃대다 집에 오니


목련에 무량벚꽃, 앵두꽃까지 마중 나와

돌아 온 탕아를 위해 환호작약 잔치판이라


얼마나 헤매었는가

화엄이 여기인걸!


- 2015, 박해성 시집 『루머처럼, 유머처럼』



     랩 같은 재잘거림이 있는 화엄


   화엄사 홍매가 예쁘긴 예쁘다. 시적 화자는 타고 걷고 팔백리를 갔는데 하필 황사를 만나고 우박이 쏟아지는 졸지풍파를 만나 낙화만 보았으니 애꿎은 늙은 부처에 화풀이 할 것도 아니고 흘깃대다 처참한 마음으로 돌아왔더니 자기가 사는 곳에 만화방창 꽃이 핀 화엄세상이 열려 자기를 기다리고 있더란 이야기인데.... ...중략...


   이 시조의 구조는 1, 2 수를 랩 형식으로 주절주절 엮고 3수에서 시적화자는 자신을 탕자에 비유한다. 그리고 깨달음으로서 화엄을 찾는다.


   목련에 무량벚꽃, 앵두꽃까지 마중 나와

   돌아 온 탕아를 위해 환호작약 잔치판이라

  

   얼마나 헤매었는가

   화엄이 여기인걸!


   여기서는 거창한 화엄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화엄이 다른 곳이 아니라 자기가 사는 곳이라고,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모든 것은 자기 안에 있으니 바깥에서 헛됨을 구하려하지 말라는 경구로 읽힌다. ... 후략...


[출처] 『나래시조』2015, 겨울호, - 지난 계절 좋은 시조 리뷰- 에서 부분 발췌.


- 위의 시 <꽃구경> 중에서 몇 군데 오류를 작가가 원본대로 수정했음을 밝힙니다.


박옥위 시인.

- 1983년 현대시조, 시조문학 同時 천료.

- 시집; 『들꽃 그 하얀 뿌리』 『금강초롱을 만나』『석류』『유리고기의 죽음』『풀룻을 듣다』

          『현대시조 100인선 겨울 풀』『숲의 침묵』 『지상의 따스한 순간』등.

-  이영도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문학상 국민훈장동백장(교단 38년봉직)
-  현재 한국문인협회이사, 부산문인협회부회장. 민정시작연구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