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리뷰

김일연이 읽은 단시조 - 김일연

heystar 2015. 12. 16. 16:25

나는 게으르다, 내 앞도 내가 못 가린다, 칠칠치 못하다, 오늘 절실히 반성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리라 =_+;;;;;

2015년 봄호의 리뷰를 이제야 싣는다. 그래도 자료를 아주 잃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기특?한 생각으로...

 

   

 

 

 

잡초 우거진 무덤가 멍석딸기

 

하 달다,

 

뉘 살이 이다지도 무념무상 농익었을까!

 

욕봤소,

 

붉은 진액

울컥

사레들리는

 

                                                                        - 박해성 「달다」

 

 

     이 작품에서는 먼저 그 행 배열이 눈에 들어 오는 군요. 초장 마지막 음보와 종장 첫 음보를 따로 별행 처리하였고 그 앞 뒤로 한 행씩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띄움을 준 것도 모자라 똑같이 쉼표로 더욱 분명한 휴지를 두었습니다. '하 달다,'와 '욕봤소,'의 비중이 어느 것이라 할 것 없이 모두 강조 되어야하고 무겁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정말 이 두마디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모두 이 두 마디에 대한 설명이거나 느낌이거나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념무상'으로 익은 듯 농익은 멍석딸기의 진액으로 다시 고이고 그것을 맛보는 시인의 몸과 정신으로 들어와 시가 되고 자양이 됩니다. 무덤가 다디단 멍석딸기 하나를 입에 넣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정말 '울컥 사레들'릴만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명은 이어져 갑니다. 먼 훗날 우리가 박새의 깃털이나 달팽이의 더듬이나 진달래 꽃술이거나 바위의 이끼로 다시 만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지금의 나도 말하자면 억겁의 흐름 안에서 어느 깃털이거나 더듬이거나 꽃술이거나 이끼와도 같으니까요. 우리의 흙과 그 흙에서 피어난 꽃과 열매, 나무는 이렇듯 모두 누군가의 살과 뼈입니다. '민초'의 생명력은 그러하기에 죽지 않고 영원합니다. 더하여 우리의 살과 피와 뼈를 지키기 위해 너무나 가혹한 고통과 투쟁이 있었기에 이 강산이 사무칩니다.

 

[출처] 계간 『시조 21』2015, 봄호 p, 68 - 김일연이 읽은 단시조 8. - 에서 부분 발췌.

 

 

 김일연 시인은

- 경북대학교 국어과 졸업.

- 1980년 『시조문학』등단.

- 이영도 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 시집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외 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