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업世業
최태랑
아버지의 몸에서 언제나 돌 깨는 소리가 났다
차디찬 돌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지
쩡쩡, 손끝에서 불꽃이 일었다
눈 밝은 아버지 돌 속에 숨은 거북이를 꺼내고
사자, 호랑이도 불러냈다
먼지 푸석이는 소리로 밥 짓던 아버지
열 손가락이 다 닳도록
돌을 반죽하기까지 칠십 년이 걸렸다
열 개의 지문을 다 핥아먹고
돌덩이들은 비로소 몸을 열어주었다
돌의 혈관을 찾고 심장을 찾아
숨 터주는 것을 천직이라고 믿으셨을까
막힌 혈을 찾아 엎드린 아버지
새벽잠 털고 일어설 때면 앓는 소리도 함께 일어섰다
평생 남의 이름만 쓰다가
당신 이름 석 자 새기지 못하고 쓰러진 아버지
뒷동산으로 첫나들이를 가시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석수장이 아들에서 멀리 도망쳤던 나는
뒤늦게 손때 묻은 정을 들고
맨 처음 아버지 이름을 돌에 새겼다
- 『리토피아』 2015, 겨울호에서
- 2012년 『시와 정신』 등단.
- 2011년 인천문예대전 대상 수상.
- 산문집 『아버지열매』시집『물은 소리로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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