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詩說

한국 시조문단의 발전을 위한 제언 - 이승하 3

heystar 2015. 11. 20. 13:52

한국 시조문단의 발전을 위한 제언 - 이승하 2 에 이어서 계속

 

                            한국 시조문단의 발전을 위한 제언

 

                                                                                                       이승하

 

 

4. 사설시조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시조시단에서 요즈음 사설시조 쓰기가 유행인 듯 하다. 현대사설시조포럼에서는 지금까지 엔솔로지를 5권 냈으며 이 포럼의 회원 수는 현재 20명이다. 각종 시조잡지에 사설시조가 심심치 않게 실리고 있는 것을 보아도 시조시인들이 공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조를 형식상 분류하면 ..... 중략.....

 

     사설시조는 조선조 숙종 연간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영, 정조 시대 서민문학이 일어났을 때 주로 중인을 비롯하여 부녀자, 기생, 상인 등 서민들과 몰락한 양반들이 창작자로 나섰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수가 자유롭기 때문에 내용면에서 양반들처럼 관념적이거나 고답적인 내용을 담지 않고 주변 생활이 중심이 된 재담, 욕설, 음담, 애욕 등을 서슴없이 대담하게 묘사하였다. 형식 또한 민요, 가사, 대화 등이 섞여 통일성이 없지만 서민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양식으로서 현실을 풍자하거나 인간생활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특징이 있었다. 아래 작품은 2013년에 나온 현대사설시조포럼 엔솔로지 제 4집에 나와 있다.

 

    아버지, 요새는 좀 신열 괴로움 덜하세요?

 

   사람들은 하기 좋은 말로 마지막 길 배웅한 것도 효도라지만 시시각각 저승쪽으로 발걸음 옮기실 때 저는 막지 못했어요. 그냥 울기만 했어요. "자제분한테는 안 된 말이지만 오늘쯤 떠나실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의사의 말이 귀에 쟁쟁 울려요. 그말 듣고도 아버지를 어떻게 하지 못했어요. 임종이란게 그런건 줄 그렇게 잔인한 순간인 줄, .... (이하생략-옮긴이)....

                                                                                                                             「아버지를 여의고」부분

 

     시인의 체험담이 진솔하고 병마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잘 느껴지지만 이 작품은 낙제점이다. 너무나도 평이하게 자신이 경험한 바를 서술하고 있을 따름, 시적인 의장은 전무하다. 일기나 기록물은 될 지언정 시는 될 수 없다.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는 시의 진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독자의 상상력이 가 닿을 공간을 시인은 계산해야 하고 그것이 내적인 치밀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묘사를 배제하고 설명으로만 일관할 때, 운문인 것 같지만 운율이 느껴지지 않는 대화체일 때, 그것은 시의 의장을 두른 서사문의 일부가 될 뿐이다.

 

 .... (이하예문생략-옮긴이)....

 

5. 결론

 

     지금까지 필자는 이 땅의 시조시인들을 향해 상찬의 말은 거의 하지 않고 꾸지람만 한참 했다. 왜 그런지는 시조시인들이 잘 알 것이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는 시조시인들을 향해 지적을 하고 조언을 하는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조에 대해 애정만 갖고 있는 필자가 시조는 쓸 줄도 모르면서 괜히 나서서 이런 잔소리를 했으니 해량하시기를 바란다.  ... 중략.....

     자화자찬을 일삼고 서로 칭찬해 주고, 남의 조언을 듣기 싫어하는 풍조가 시조시단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하이쿠는 자국 내에서도 외국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아니 큰 영예를 누리고 있다. 천황이 연초에 발표하는 하이쿠가 총리의 연두교시보다도 더 크게 환영 받는 나라가 일본이다. 고려조부터 면면히 이어온 우리 시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시조시단 내에서 대오각성과 분발이 있어야 하겠기에 시조시인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썼다. ■ <끝>

 

 - 출처 ; 『시조시학』2015, 여름 호 <시조시학 논단> 에서 발췌.

 

 

▷ 글 쓴이 이승하는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와시학상 외 다수 수상,

- 시집 『불의 설법』외, 평론집『한국 시문학의 빈터를 찾아서 2』외 다수

-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