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공쿠르상 수상작가 르메트르
수상작 '오르부아르' 한국판 출간 "모험·사회 소설로 읽히길 바라"
1918~20년 佛사회 부조리 풍자
- 프랑스에서 수준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100만부 판매 기록도 세운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성형주 기자
2013년 공쿠르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르메트르(64)가 10일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공쿠르상 수상작 '오르부아르'(임호경 옮김·열린책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처음 서울에 왔다. 소설 '오르부아르'(원제 Au revoir la-haut: 천국에서 다시 봐)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두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주인공들이 부정과 비리로 타락한 전후(戰後)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사기극을 벌이는 과정을 그리며 1918~20년 프랑스의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했다. 국가가 빈민으로 전락한 참전 군인들을 홀대한 역사를 들추어내고, 전사자 추모와 유해 발굴 사업마저 돈벌이에 이용한 탐욕스러운 세태도 비판했다. 프랑스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렸고, 30개 언어로 번역됐다.
르메트르는 추리소설가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소설 '알렉스' 등으로 유럽 추리소설 대상을 받았다. '오르부아르'는 그가 처음 쓴 본격 문학이다. 그는 "모험소설이자 사회소설인 작품을 쓰고 싶었다"며 "독자들이 소설 '삼총사'를 읽을 때처럼 즐거워한 뒤 국가와 사회에 대해서도 성찰하도록 하는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 1918~20년 일간지 기사를 매일 아침 읽으며 소설 속 장면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헤밍웨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나는 인물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부터 써서 독자로 하여금 인물의 생각을 알게 한다"고 했다. "내 소설은 시각적이고 활동적"이라고도 했다.
르메트르는 작가 후기(後記)를 쓸 때마다 특정 표현과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 작가들의 이름을 일일이 밝힌다. 모든 책은 다른 책과 연결된다는 '상호(相互) 텍스트'론을 인정하는 것. 그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상황과 인물은 대부분 내가 본 책과 영화에서 우연히 나오기 마련이고, 내가 창조했다고 여긴 표현도 곰곰이 되돌아보면 다른 작가가 쓴 것이기도 하다"며 "나는 몇몇 단어와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남의 텍스트를 베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표절은 의도적으로 베끼려는 의지가 들어 있고, 표절 작가는 누굴 표절했다고 밝히지 않지만, 나는 늘 책 뒤에 감사의 말을 쓴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