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星山別曲> 요약정리
박해성
<주제> 절경(絶景) 속에서의 풍류 예찬.
1560년(명종 15) 작자가 25세 때 창평 지곡리 성산(昌平芝谷里星山:지금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서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경모하여 그곳의 풍물을 4계절에 따라 읊고, 서하당(棲霞堂)의 주인 김성원의 풍류도 함께 노래한 것이다.
모두 84절 169구로 되어 있으며, 제1단은 서사(緖詞)로 세상에 나가지 않는 김성원의 풍류와 기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선간(仙間) 같은 식영정의 자연경관을 노래하고 있다. 제2단은 춘경(春景)으로 성산의 봄 경치와 주인공의 생활을 그린 것이며, 제3단은 하경(夏景)으로 신선하고 한가한 성산의 여름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제4단은 추경(秋景)으로 성산의 가을 달밤의 풍경을 노래하고 있고, 제5단은 동경(冬景)으로 눈 내린 성산의 겨울 경치와 이곳에 은거하는 늙은이의 부귀를 노래하고 있으며, 제6단은 결사(結詞)로 벗이 없는 산중에서 독서를 통하여 고금의 성현과 호걸들의 흥망과 지조를 느끼며, 뜬구름 같은 세상에 술 마시고 거문고나 타는 진선(眞仙)같은 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였다.
<성산별곡>은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삶의 한 단면을 드러내 준 작품이라 하겠다.
조선조의 사대부들은 사유의 토지를 생활 근거로 하여 나아가 조정의 관료로서 치국평천하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물러나면 수신제가에 더욱 힘쓰면서 강호의 처사로서 자연을 벗삼아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바로 이러한 사대부들의 생활의 양면성이 그들로 하여금 관료적 문학과 처사적 문학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였다. 이렇게 토지에 기반을 둔 생활 근거가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이현보나 송순, 윤선도 등과 같은 여유 만만한 강호 생활이 가능했으며, 관료나 처사의 위치에 관계없이 이른바 歸去來의 강호 생활을 높이 평가하는 관념적 풍조 또한 보편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성리학의 학문적 성격으로 보아 사대부들의 귀거래의 추구를 결코 그들의 본뜻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현실에서 물러나 자연에 몰입한 듯하지만, 현실에 결코 초연할 수 있었던 인물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 <성산별곡> 본문 읽어보기
엇던 디날 손(지나가는 손님.과객)이 성산의 머물면서
『하서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듯소.
인생 世間의 됴흔 일 하건마난 (많건마는)
엇디 한 강산을 가디록 나이너겨(갈수록 낫게 여겨서)
적막 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난고』
『 』:이백의 '山中問答'과 통함.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누가) 나에게 '무슨 일로 푸른 산 속에 사시오' 묻기에)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웃고 대답하지 아니하니 마음 스스로 한가 하도다.)
<서사1>
'디날 손'이 '성산'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식영뎡 쥬인'에게 묻는 내용이다. 작중 화자의 현실적 염원이 자연에서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보다 크게 느껴진다.(1-5행)
松根을 다시 쓸고 죽상竹床의 자리보와
져근덧 올라안자 엇던고 다시보니
天邊의 떠난 구름 瑞石(상서로운 돌, 식영정 부근의 깨끗한 돌)을 집을 삼아
나는닷 드는 양이 주인과 엇더한고.
滄溪 흰 믈결이 정자 알패 둘러시니
天孫雲錦을 뉘라셔 버혀 내여 낫난닷 펴티난닷 헌사토 헌사할샤
아름다운 은하수(원: 직녀가 짠 아름다운 비단)를 누가 베어내어.
* 천손운금:아름다운 비단. '천손'은 직녀성의 딴이름.'운금'은 '아침 안개'의 뜻.
산중의 冊曆업서 四時랄 모라더니
눈아래 헤틴 景이 의의이 졀로 나니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仙間이라.
<서사2> '텬변의 떤난 구름'을 '쥬인'의 모습에 견주면서 '뎡자' 주변의 운치있는 자연 환경과, 무한히 반복되며 '쳘쳘이 절로나'는 사철의 자연 경관을 선경에다 비기는 내용이다.(6-15행)
梅窓 아젹 빗해 향기예 잠을 깨니
山翁의 해올 일이 곳업도 아니하다.
울밋 양지편의 외씨랄 삐허 두고(뿌려 두고)
매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내니 (비 온 김에 가꾸어 내니)
청문(중국 한나라 장안성의 문. 방초(芳草-향기로운 풀) 고사랄 이제도 잇다 할다.
* 청문 고사:'청문'은 한(漢)나라 장안성 동남문인데, 소평이 청문 밖에 외를 심었으므로, 사람들이 그것을 '청문과'라 하였음.
<춘사1> '쳥문고사'를 用事하면서 봄날 '산옹의 해올 일' 즉 산중 생활을 노래하였다.(16-20행)
芒鞋랄 배야신고 竹杖을 흣더디니
桃花嬌 시내 길히 芳草洲예 니여셰라.
닷봇근 明鏡中 절로 그린 石屛風 그림재 벗을 삼고
새와로 함 가니 桃源은 여긔로다 武陵은 어디메오.
<춘사2> '방초쥬'를 무릉도원에 비기면서 봄날 한가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삶의 여유를 노래하고 있다.
남풍이 건듯 부러 녹음을 헤텨내니
절 아난 괴꼬리난 어대로셔 오돗던고.
羲皇(희황) 벼개 우해 픗잠을 얼풋깨니
* 희황 벼개: 모서리에 희황상인(羲皇上人)을 수놓은 벼개. 희황상인은 복희씨 때의 은일지사인데 이 벼개를 베면 잠이 편하다 하여 수놓음
공중 저즉난간 물 우해 떠잇고야.
麻衣랄 니뫼차고(여미고,걷어 올리고) 갈건을 기우 쓰고 (비스듬히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난 거시 고기로다.
<하사1>
성산의 한가로운 여름 경치 속에서 '괴꼬리' 노래소리에 '픗잠'을 깨어 '공듕 저즌 난간'에서 '고기'를 보며 즐기는 내용이다.(26-31행)
하라밤 비 운의 紅白蓮이 섯거 피니
바람 업시셔 萬山이 행긔로다.
염계(송나라 주돈이의 호)랄 마조 보와 태극(우주의 근본 원리)을 못잡난닷
* 그가 지은 태극도설의 이치를 묻는 듯, (그 향기를 맡으니, '애련설'이란 글을 쓴 송나라의) *염계: 송나라 주돈이의 호. *太極: 우주 만물이 분화하기 이전의 근원적 모습.
태을진이 玉字랄 헤혓난닷. *진인:도교의 진리를 깨친 사람.
*옥자: 황제가 남긴 금쪽에다 푸른 옥으로 글씨를 박았다는 비결서. 우왕이 끔을 꾸니, 한 신선이 나타나 '내 神書를 얻고자 하면 皇帝之岳에 가서 재(齋)를 올리라.'하기에 그 산에 가서 돌을 헤쳐 금간 옥자를 얻었다 함.
<하사2> '만산' 가득한 '홍백년'의 '향긔' 속에 인간만사를 모두 잊고 '태극을 뭇잡난닷', '옥자랄 헤혓난 닷' 하며 진리를 탐구하고 신선이나 된 듯 느끼면서 대자연의 품속에서 안온한 삶을 누림을 노래하였다.(32-35행)
노자암(식영정에 있는 바위 이름)건너보며 자미탄(별 이름. 여기서는 여울 이름) 겨태두고 長松을 차일사마 石逕(돌길)의 안자하니
인간 六月이 여긔난 三秋로다.
淸江의 떳난 올히(오리) 白沙의 올마안자
백구랄 벗을 삼고 잠갤 줄 모라다니
무심코 한가하미 주인과 엇더한고.
<하사3> '자미탄' 가에서 여름인데도 가을처럼 서늘한 가운데 피서하며 '무심코 한가하'게 산중 생활을 즐기는 '쥬인'의 모습을 노래하였다.(36-41행)
오동 서리달이 四更의 도다오니
千巖萬壑이 낫인달 그러할가.
湖洲수정궁(오나라 왕 합려가 지은 부용원의 궁전)을 뉘라셔 옴겨온고
銀河랄 건너 뛰여 광한전(달 속에 있다는 궁전)의 올랏난닷.
<추사1> '은하랄 건너뛰여 광한뎐의 올랏난닷'한 기분으로 오동나무에 환한 달이 걸린 풍경을 읊었다.(42-45행)
짝마잔 늘근솔란 釣臺예 셰져두고
그아래 배랄띄워 갈대로 더져두니
홍료화백빈주(붉은 여뀌꽃이 피고, 흰 마름꽃이 떠 있는 물가)어나 사이 디나관대
環碧堂용의 소(연못)히 배 넌패 다핫나니
淸江綠草邊의 쇼 머기난 아해들이
어위(興)랄 계워(흥에 이기지 못하여) 短笛을 빗기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야 니러날 듯
내 예 나온 학이 제 기살 바리고 반공에 소소뜰 듯,
<추사2> '죠대' 아래 배를 띄워 배 가는 대로 맡겨 '뇽의 소'에 이르는 뱃놀이의 풍류가 목동들의 '단뎍' 소리에 한층 운치를 더함을 노래하고 있다.(46-53행)
소선(소동파) 赤壁(소동파가 지은 적벽가)은 秋七月이 됴타호대
팔월 十五夜랄 모다 엇디 과하난고.
섬운(纖雲)이 사권(四捲)하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날의 도단 달이 솔우해 올라시니 잡다가
빠딘 줄이(이태백이 채석강에서 달을 잡으려다가 빠짐) 적선(인간세계로 귀양 온 신선-여기서는 이태백)이 헌사할샤.
<추사3> '소션 Ш?과 '뎍션'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구름 걷히고 물결 잔잔한 가운데 소나무에 걸린 달이 빚어내는 가을 달밤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내용이다.(54-58행)
空山의 싸힌 닙흘 朔風이 거두부려
떼구름 거나리고 눈조차 모라 오니
天公이 호새로와 옥으로 곳찰 지어
萬樹千林을 꾸며곰 낼셰이고.
<동사1> 온 산 가득 눈으로 뒤덮인 새로운 모습의 겨울 성산의 풍경을 그렸다.(59-62행)
압 여흘 가리 어려 獨木橋빗겻난대
막대 멘 늘근 볕이 어내 뎔로 갓닷말고.
산옹의 이 부귀랄 남다려 헌사마오.
경요굴(아름다운 옥으로 만든 굴. 여기서는 성산의 아름다움) 銀世界랄 차잘이 이실셰라.
<동사2> 성산 겨울 경치에 매료되어 '늘근 즁'에게조차 '남다려 헌사 마오'라고 당부하며 자연 속의 삶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자연을 즐기는 마음의 부귀를 혼자서만 누리려 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속세의 유혹으로부터 행여나 마음 잃어 흔들릴까 저어하는 몸짓이 아닐까 한다.(63-66행)
산중의 벗이 업서 황권(책들)랄 싸하 두고
만고 인물을 거사리 혜여하니
聖賢은 카니와 호걸도 하도할사.
하날 삼기실제 곳 무심 할가마난
엇디한 時運이 일락배락(일어났다가 떨어졌다가, 혹 흥하고 망하고) 하얏난고.
모랄 일도 하거니와 애달음도 그지업다.
기산(箕山-요나라 때의 소부와 허유가 은거한 산)의 늘근 고불 귀난 엇디 싯돗던고.
* 고블:나이가 많은 사람, ②옛날의 불상(佛像), ③명사고불(名士古佛)의 준말.
일표(一瓢)랄 떨틴 후의 조장(操狀)이 더욱 놉다.
<결사1> 산속에서 '한기(황권)'랄 '싸하두고' 독서를 즐기면서 만고의 인물들을 품평하고 인간 세상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지 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67-74행)
인심이 낫 가타야 보도록 새롭거날
世事는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엇그제 비잔 술이 어도록(얼마쯤)니건나니
잡거니 밀거니 슬카장 거후로니(마시니)
마암의 매친 시름 져그나 하리나다(풀린다,줄어든다).
거믄고 시욹 언저 풍입송(노래)이야고야.
손(客)인동 주인(主人)인동 다 니저 바려셰라.
<결사2> 험하디 험한 세상의 모든 시름을 접어 두고 '술'과 '거문고'로 '손'과 '쥬인'도 잊을 정도로 도도한 흥취의 산속 풍류 를 노래하였다. 어찌보면 아무래도 잊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강한 미련을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마암에 매친 시람' 이 다름아닌 현실에의 갈등으로 생각되며, 때를 기다리며 자연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쩌면 작중 화자와 식영정 주인의 자연도 영원한 삶의 자리가 아닌 임시적인 쉼터, 기회만 있으면 떨치고 일어나 현실로 돌아갈 순간적인 안식처일 뿐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75-81행)
長空에 떳난 학이 이 골의 (眞仙이라.
요대월하(달 아래)의 행여 아니 만나산가. *'요대'는 달의 딴이름.
손이셔 주인다려 닐오대 그대 긘가 하노라.
<결사3> 성산의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쥬인'을 '손'이 '댱공의 떳난 학'에 비겨 '진션'이라 칭송하면서 작품을 매듭짓고 있다.(82-84행)
이 작품은 정철 자신의 순수한 창작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다른 작품에 비하여 한어구(漢語句)와 전고(典故)가 많아 한시적인 분위기가 짙고, 한 개인과 지역에 대한 칭송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편성이 모자란다는 점도 있으나, 그의 얼과 개성이 비교적 풍부하게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며, 이 작품을 통해 정철의 또 다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작품집 《松江歌辭》․『송강별집추록유사(松江別集追錄遺詞)』․『서하당유고(棲霞堂遺稿)』에 실려 전한다.
● <성산별곡> 정리
* 장르 : 가사
* 연대 : 1560년대(작자 25세)
* 주제 : 성산의 풍경과 식영정을 노래
* 배경 : 성산(星山-별뫼)은 송강이 을축사화로 인하여 귀양 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10여 년 간 지냈던 전남 창평 지곡리(현재는 담양군 남면 지곡리)이다. 이 가사는 성산의 풍경과 식영정(息影亭), 서하당(棲霞堂)을 중심으로 읊은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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