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리뷰

정격과 파격 그 논쟁의 불씨 2 - 리강룡

heystar 2014. 1. 4. 12:14

 

       

 

                     입춘  

 

                            박 해 성

  

 

백화점 대형 간판에 아찔하게 걸린 여자

 

날리는 치맛자락 몬로처럼 살짝 누르고

알약을 과다복용 했는지

헤실바실 웃고 있다

 

죽고 싶어,

속삭이는 연분홍 입술이며

샤넬의 향수를 입은 유혹이 치명적이라

 

불륜도 무방하겠다

꽃샘바람 들레는 날은!

 

                                            - 『월간문학』2013년 4월호 수록

 

 

   입춘과 꽃샘바람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러나 찬바람은 쌩쌩 불어도 절기는 봄이다. 봄은 여자의 치마 끝에서부터 온다고 했던가. 바람 앞에 올라가는 치맛자락을 살짝 누르고 있는 몬로의 사진과 함께 그 입술의 짙은 화장에 시의 분위기, 시인의 분위기는 한껏 달떠있다.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리 오그리고 봄을 기다렸던가, 봄바람, 꽃샘바람은커녕 아직도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고 있지만 시인의 가슴은 이미 봄이다. 계절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 시인이다. 

                                                                                                                  『월간문학』2013년 5월호 월평 - 리강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