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사자使者
- 카라바지오
박 해 성
구천을 무단 횡단한 한 사내와 마주 섰네
뉘에게 쫓기는지 사뭇 거친 숨소리에
뜻 모를 독백을 씹는 입술이 검푸르고
파투난 노름판 같이 서슬 푸른 별빛 아래
사슬 끊긴 개처럼 자유가 더 두려워
무작정 세상 밖으로 도망치고 싶었나 몰라
질풍노도 거느리고 바로크를 건너는 이
분열증인양 낭자한 캔버스가 은신처라
설익은 한잔 술에도 목젖이 부었을 터
피 묻은 손을 씻고 번제라도 지내는가,
참수 된 꽃숭어리 제단 위에 올려놓고
신이 된 젊은 목수의 마을로 떠났다네
- 계간 『나래시조』2012, 겨울호 연재 '박해성의 <횡설詩설>'에 삽입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