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업世業 - 최태랑 세업世業 최태랑 아버지의 몸에서 언제나 돌 깨는 소리가 났다 차디찬 돌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지 쩡쩡, 손끝에서 불꽃이 일었다 눈 밝은 아버지 돌 속에 숨은 거북이를 꺼내고 사자, 호랑이도 불러냈다 먼지 푸석이는 소리로 밥 짓던 아버지 열 손가락이 다 닳도록 돌을 반죽하기까지 .. 좋은 시 2015.12.24
반성. 608 - 김영승 반성· 608 김 영 승 어릴 적의 어느 여름 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의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 주었다. 나는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간 그리하여 主는 나를 놓아 주신다. - 계간 『리토피아』2013, 가을호에서 1959년 인천 출.. 좋은 시 2013.09.21
사냥개 - 장종권 사냥개 장 종 권 애시당초 태생이 좋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혈통 관리에 주의를 해야 한 다는 것이다. 혈통이 없는 것은 특별히 더 잔인해진다는 것이다. 전사가 되기 위해 꼬리를 자른다는 것이다. 다른 존재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냥감을 보면 결사적으로 덤빈다.. 좋은 시 2013.09.20
당신이라는 모서리 - 안숭범 당신이라는 모서리 안 숭 범 우리는 점점 변온동물이 되었다 당신은 나의 모서리를 몇 개 더 만들었고 오로지 그 모서리를 감추기 위해 한 사연을 처음 보는 사연과 함부로 용접했다 무심한 눈송이들은 돌아다니며 사이를 만들었고 바람은 훼방 놓을 수 없는 거리를 청구했다 서로에게서.. 좋은 시 2013.01.04
벽시계 - 허청미 벽시계 허 청 미 낡은 벽에 붙어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댄다 저 역마살 베코니아 퓨리뮬러 봄볕 가득한 정원을 후루룩 들이켜고 물빛 비키니 B컵을 씹어 먹고 아오리 능금나무의 첫눈을 가로채고 닥치는대로 불가사리 쇠 녹이듯 끝내는 내 숨까지 먹어 치우고 말 저 무서운 각다귀.. 좋은 시 201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