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공동체 - 손미 양파공동체 손 미 그러니 이제 열쇠를 다오. 조금만 더 견디면 그곳에 도착한다. 마중 나오는 싹을 얇게 저며 이 얼굴에 쌓고, 그 아래 열쇠를 숨겨두길 바란다. 부화하는 열쇠 속에 비밀을 말하는 것은 올바른가? 이제 나를 들여보내다오. 나는 쪼개지고 부서지고 얇아지는 발바닥으로 여.. 좋은 시 2014.02.11
천장호에서 - 나희덕 천장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 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맹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 좋은 시 2014.02.01
창가에 앉아 1분 - 이기철 창가에 앉아 1분 이 기 철 붉은 자전거의 뒤쪽은 아름답고 앞쪽은 쓸쓸하다고 쓰려면 창 앞으로 바짝 다가가야 한다 안과 밖을 다 보여주는 것은 창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창을 만든 사람보다 창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을 사랑한다 그는 눈이 창의 안이거나 바깥이었을거라고 생각.. 좋은 시 2013.07.29
서울 - 서효인 서울 서 효 인 여자는 구로의 미싱사가 되었다. 여자의 친구는 영등포에서 몸을 팔았다. 여자의 남편이 될 사람은 다리를 절었다. 그의 어머니는 고구마를 삶아 담아주었다. 그는 딱딱한 고구마 같은 여자와 연애했다. 여자의 어머니는 쳥계천에서 국수를 팔았다. 여자의 남자는 잘 익.. 좋은 시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