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수상작

2013년 제2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북천-가마귀> 외 ; 유홍준

heystar 2013. 7. 21. 17:12

          북천

            —까마귀

  

                      유홍준

 

 

  어제 앉은 데 오늘 앉아 있다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고 바람이 날아다니고

 

  계속해서

 

  무얼 더 먹을 게 있는지,

 

  새카만 놈이 새카만 놈을 엎치락뒤치락 쫓아내며 쪼고 있다

 

  전봇대는 일렬로 늘어서 있고 차들은 휑하니 지나가고

 

  내용도 없이

 

  나는 어제 걸었던 들길을 걸어 나간다

 

  사랑도 없이 싸움도 없이, 까마귀야 너처럼 까만 외투를 입은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낸다

 

  원인도 없이 내용도 없이 저 들길 끝까지 갔다가 온다

 

 

                                                      -월간 『현대시학』 2012년 9월호 발표

1962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과  『나는 웃는다』(창작과비평, 2006),  『저녁의 슬하』(창비, 2011)가 있음.

 2005년에 젊은 시인상, 2007년에 시작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 2013년 제2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