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엘레지
박 해 성
그 나라에선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대요
우선 공격 대상은 주로 착한 시민이나
신들의 정원을 걷는 죽은 자도 겨냥하죠
단 한 발 명중탄에 눈먼 이도 있는데요
기꺼이 포로가 된 콩깍지 공주님은
밤마다 끝나지 않는 천일야화를 엮어내고
더러는 멋모르고 정공법을 논하지만
제갈량도 관운장도 실종 된 요즘에는
눈도장 꾹 찍어 줍서예, 꼼수가 대세라나?
용도폐기 무기류는 미련 없이 火葬하죠
전적이 화려할수록 최후가 눈물겨워
조각달 고개 숙이고 삼가 명복을 빌지요
- 계간 『한국동서문학』2013, 여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