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립스틱 발달사 - 서안나

heystar 2013. 3. 12. 16:50

  립스틱 발달사

 

                           서안나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보석을 갈아 눈과 입에 발랐다

립스틱의 기원이 되었다

고대인들은 빛나는 눈과 입술로

별에 닿고 싶어 했다,

라고 나는 단정한다

 

그러므로 날개는 별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내 눈과 입술에

별이 뜨고 날개가 돋는다,

란 논법엔 오류가 없다

 

클레오파트라는 딱정벌레와

개미 몸을 짓이겨 입술을 칠했다

굶주린 곤충들이 날아들었다

여인의 입술을 위해 쉽게 목숨을 버렸다

그러므로 죽음 속에서 립스틱은 빛난다,

는 문장도 용서될 수 있다

 

별을 바라볼 때

당신이 캄캄해지는 건

욕망의 얼굴과

잠시 마주쳤기 때문이다

당신은 욕망을 천천히 날아올라

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아침마다

당신의 입술에 날개를 그려 넣는 것이다

입술을 칠하며 별을 건너는 것이다

 

당신,

반짝인다

 

                             - 서안나 시집 『립스틱 발달사』(천년의시작, 2013) 중에서

- 1965년 제주 출생,

-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 1990년 《문학과 비평》겨울호 등단

- 시집『푸른 수첩을 찢다』『플롯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 동시집『달에게 편지를 써볼까』개인 동시집『엄마는 외계인』

- 평론집『현대시의 속도와 사유』

「현대시」「다층」「시산맥」 동인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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