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발달사
서안나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보석을 갈아 눈과 입에 발랐다
립스틱의 기원이 되었다
고대인들은 빛나는 눈과 입술로
별에 닿고 싶어 했다,
라고 나는 단정한다
그러므로 날개는 별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내 눈과 입술에
별이 뜨고 날개가 돋는다,
란 논법엔 오류가 없다
클레오파트라는 딱정벌레와
개미 몸을 짓이겨 입술을 칠했다
굶주린 곤충들이 날아들었다
여인의 입술을 위해 쉽게 목숨을 버렸다
그러므로 죽음 속에서 립스틱은 빛난다,
는 문장도 용서될 수 있다
별을 바라볼 때
당신이 캄캄해지는 건
욕망의 얼굴과
잠시 마주쳤기 때문이다
당신은 욕망을 천천히 날아올라
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아침마다
당신의 입술에 날개를 그려 넣는 것이다
입술을 칠하며 별을 건너는 것이다
당신,
반짝인다
- 서안나 시집 『립스틱 발달사』(천년의시작, 2013) 중에서
- 1965년 제주 출생,
-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 1990년 《문학과 비평》겨울호 등단
- 시집『푸른 수첩을 찢다』『플롯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 동시집『달에게 편지를 써볼까』개인 동시집『엄마는 외계인』
- 평론집『현대시의 속도와 사유』
- 「현대시」「다층」「시산맥」 동인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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